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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스물)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3. 30.

꿈을 꾸었어
일 년에 한 번 꿀까 말까 한 꿈을
꿈속에서 너를 보고야 말았어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이 너무도 깊어서 바라볼 수가 없더라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이 아픔이란 걸 왜 진작 난 몰랐을까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너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려 하던 네 눈빛 서늘하도록 고왔어
끊어질 듯 이어지는 네 숨소리
날 긴장시킬 정도로 아프게 해
왜?
널 떠올리면 짙은 갈색냄새가 날까?
어쩌면 내가 너보다 더할지도 모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너와 난 견고한 고독으로 빚은 영혼일지도 모른다는 
그렇게 우린  싸하도록 아픈 애틋한 사이인지도 몰라
전생에 우리는 바람이었거나 이름 없는 들꽃이었는지도 몰라 
어쩌면  
아마도......

2002년 - 바람꽃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