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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삶 Ⅰ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5. 2.

태어날 때 운명이라는 이름의 바코드 하나를 분양 받았어요 소멸시한은 사용할 수 있는 그날까지로 되어 있지요 욕심이 살래살래 꼬리치며 들어서면 내 몸을 관리하는 주인이 주는 대로 다 먹어치웠어요 아, 내 몸이 한쪽으로 치우쳐졌어요 누가 다시 내 몸의 수평상태를 확인해주세요 나는 맑음을 노래하는 전용제품이고 싶어요 누가 내 몸에 합성세제를 넣고 재 동작해주세요 얼룩진 내 몸이 다시 정갈해 질 수 있도록 누가 눈부신 표백제를 넣어주세요 사용설명서를 꼭 확인해주세요 욕심과 근심이 많은 장소에 날 버려두지 마세요 절연이 나빠져 절망에 감전 될 위험이 있어요 아, 부드러워지고 싶어요 누가 내 몸에 부드러운 섬유유연제를 넣어주세요 바람이 그리워요 보드라운 햇살도요 2001년 어느 날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