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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깊고 낮은 읊조림(여든 셋) - 이희숙

by 시인촌 2006. 3. 22.

어쩌면 말예요. 
이 땅에 사는 대다수의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있거나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여자와 달리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무조건 피하고 보자 하는 식의
얄궂은 심리가 작용하는 건 아닐까요.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내 남자가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과 달리
남자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 하는 식으로 
복잡한 건 딱 질색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을 수도 있어요.
감정이 섬세하다 못해 자칫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여자들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을 끊임없이 확인 받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어요. 
사람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지만 
남자들이 사소한 부분에 대해 조금만 신경 써 준다면 
별것 아닌 것에 갈등하는 여자들은 많이 줄어들겠죠.
반대로 남자들의 단순성은 사랑함에 있어 얕고 깊음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하는데 서툰 이유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이해에서 출발한다면 
사랑하는 남과 여 사이에 불필요한 신경전은 많이 줄어들겠죠.
이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어요. 
마음이 먼저 가는 사랑...
생각이 먼저 가는 사랑...
몸이 먼저 가는 사랑...
그 어떤 것도 가볍다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당신 마음을 상대방 잣대로 마음대로 저울질하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알고도 모른 척 한다든지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는 것도 
엄격하게 따진다면 공범이에요.
사랑한다면 용기를 내세요. 
대화만큼 사람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도 없을 테니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