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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아흔 하나)

by 시인촌 2006. 6. 9.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컴퓨터 앞에 서성이는 시간이 책을 본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그밖에 취미활동을 하는 다른 시간에 비해 아깝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웹 상에 있는 그 어떤 카페도 가입하기를 원치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 나에게도 예외는 존재한다는 세상사는 법칙이 맞아떨어졌는지  
이미 등단한 사람과 등단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몇 몇이 모여
매월 1회 글에 대한 합평회도 열고 1년에 한두 번 책을 펴내기도 하고
문학제라는 이름으로 시 낭송과 시화전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 문학카페 한곳에 내 마음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매월 1회 합평회에 참석하는 건 꿈도 못 꾸고
잘해야 일년에 서너 차례 참석할까 말까해 
솔직히 활동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만큼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게 나의 현실이지만
몇 년 동안 담고 있는 그 공간을 마음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끼고 사랑한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그토록 웹 상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걸 좋아하지도 만들지도 않는 나도
한 달에 한두 번 시간적인 여유가 생길 때
접하지 못한 정보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모습들을 만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간을 구경하러 다닌다는 사실과
그런 시간 속에서 뜻하지 않은 정보와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글들을 만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그런 선상에서 오늘,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만난 글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첫 번째 놀라움은 한 카페에 등록한 4050 회원이 32,600명이라는 사실이고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오프라인 모임에
380여명의 중, 장년들이 모였다는 사실이었다.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심지어 지방에 있는 회원들은
전세버스까지 대절해서 모임장소로 집결했다는 글 앞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보다
사진 속 모습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환한 웃음을 가져다 줄만큼
사이버 모임이 긍정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얻어 가는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이 때,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사각의 모니터링이라고 이구동성이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기도 동의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며 가슴과 머리를 오고가는 의문부호를 쉬 지울 수가 없었다.


그토록 환한 웃음을 가족 앞에서 특히 아내 혹은 남편 앞에서
얼마나 자주 웃어주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사이버상의 어떤 모임에 부부가 함께 회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하며
부부라는 관계를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으로써
교감을 나누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또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 그 길에
부부가 함께 참석해서 그 날 그 순간의 기쁨을 함께 공유한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 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질서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 중심에
4050세대들의 카페 활동이 하나의 문화 트랜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늦은 밤, 읊조림으로 끝난 이 글을 두고
어떤 이는 나라는 사람이 혹, 사이버 상의 모든 모임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대단한 계산착오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부부라고 하더라도 취미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별의별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자신이 세상을 살면서 깨쳐 가는 것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부부사이에는 공유하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