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녹아있는 사랑은 즐겨 마시는 한잔의 커피와도 닮아있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한잔의 커피를
홀로 여럿이 습관처럼 혹은 필요에 의해서 마시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며 사는 모습도 제 각각이다.
아마도 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타인의 시선 따위에 상관하지 않고
‘커피 한잔에 내 사랑은 녹아들고’ 라는 제목의 글 속에
사랑하고 싶다.
아니, 사랑하고 싶었다.
미치도록 푹 빠지는 사랑 말이다. 라는 말을 글 첫머리에 써 올린 게...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나는 사랑에 관한 한 민감하고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랑에 관대하다.
어느 한순간 내가 품은 환상이 소스라치게 나를 놀라게 할지라도
살아가는 걸음걸음을 풍요롭게 하는 사랑의 환상을 멈출 수가 없다.
사는 동안 우리 모두는 사랑을 한다.
모두 자기중심적인 삶 속에서
사람에 따라 블랙커피, 설탕추가, 프림 빼고...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커피를 선택해서 마시듯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일이 운명이라 여기며
때로는 필요충분조건에 어울리는 선택이라 인정하며
밀고 당기는 사랑을 한다.
어제도 습관처럼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여러 잔 마셨다.
아침에 마신 커피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어제와
내 생각과 의지대로 만들어가야 할 오늘을 위해 마셨고
나른한 오후에 마신 커피는
현실 속의 나와 생각 속에 집 짓고 사는 나 사이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간격과 간격 사이를 좁혀 가야 하는 일들을 위해 마셨고
깊은 밤 잠들지 못한 이 시간에는
너무도 붉어서 오히려 부끄러운, 빨간 단풍잎을 닮은 그리움을 위해 마셨다.
새벽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신 향 좋은 커피 한잔이 나를 취하게 한다.
어쩌면 저녁과 밤의 경계가 모호한 시간에 본 모 광고카피가
진작부터 나를 취하게 한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자가 살아있는 한 로맨스는 영원하다.’
그 광고가 아니어도 이 가을 나의 로맨스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미치도록 푹 빠지는 사랑은 아니어도
사는 동안 사랑하는 일에 인색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