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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일백 둘)

by 시인촌 2006. 11. 21.

지난 금요일은 종양의혹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위와 유방 정밀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나 
날개가 없어도 내 가고 싶은 곳 어디라도 훨훨 날아갈 듯 행복했고 
토요일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믿음을 
살면서 하나 둘 천천히 느끼게 해주고 싶은 오랜 지기를 만나 행복했고
일요일은 만 15주년 결혼을 기념하여 
특별 이벤트로 웨딩촬영을 선물한 남편으로 인해 너무도 행복했어.
아, 나라는 여자는 정말 운이 좋은가 봐.
이 가을 나를 감동시키는 일들이 이토록 넘치고 있으니...
.
.
.

오○○, 
웨딩 촬영한 그 날도 얘기했지만 내게 멋진 추억을 선물해줘서 너무 고마워.
신부화장을 한 내 모습이 예쁘다며 활짝 웃어 준 당신은 
이 세상 어느 남자와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남자였어.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고 기억할게. 
웨딩 촬영하는 동안 내 손을 잡은 당신의 손이 가늘게 떨었던 사실도
웨딩촬영 마치고 사 준 점심도, 눈 마주치며 마신 커피도 너무 맛있었다는 걸...
오○○, 
지금에야 고백하는데 여보 마누라 대신 "희야"하고 불러주는 거 너무 좋아.
그래서인지 나, 
가끔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조차 아주 잠깐동안 잊을 때도 있어.
그만큼 당신과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만들어 가는 삶이 행복하다는 말이야.
이 모두가 다 당신 덕분이야.
아, 오늘밤은 속이 쓰려도 깨지 않고 잠잘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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