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느낌102 가을밤에 중얼거리다 - 이희숙 밤하늘이 잘 보이는 내방 침대에 누워, 며칠 전 남부도서관에서 빌려온 책(1인자를 만든 참모들 - 이철희 지음)을 읽다가 문득 의사선생님 말씀(눈을 심하게 혹사시켰군요. 병명은 안구건조증입니다. 혹,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든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 직업인지......)이 생각나서 읽고.. 2004. 1. 29. 희망의 불씨하나 - 이희숙 오늘은 내리던 비마저도 쉬고 싶은가 봅니다.일기예보와 맞지 않게 해님이 간간이 내리쬐는 걸 보니 말입니다.정말 오늘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날입니다.그동안 내가 너무 바쁘게 살아온 탓이라고 혼자 위로하며친정어머니께서 해온 쓴 한약을 아무런 저항 없이 단숨에 꿀꺽하고 삼켜 버렸습니다.이제 내 뱃속은 시꺼먼 한약이 몸속 구석구석 쉼 없이 여행을 할 것입니다.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내가 뿌린 말의 씨앗이 어쩌면 조금 전에 마신 쓰디쓴 한약의 빛깔을 하고내 안에서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요 며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한발 물러서서타인을 대하듯 나를 느껴보려고 애를 써보았습니다.그동안 나는 참 많이 행복했고 내 행복에 대해단 한 번도 거짓이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 2004. 1. 27. 비오는 날의 독백 - 이희숙 그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떤 형태의 기다림이든 절절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여러 날 동안 비를 머금지 못한 땅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하품만 해댔다. 조금 전부터 하늘이 삼단 같은 머리를 풀고 지상으로 조금씩 내려앉는다. 반가운 마음에 임이 오시는 마냥 들뜬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젖혔다. 오늘도 많은 비를 기대하기는 틀린 모양이다. 커피 한잔을 마실 요량으로 쓰던 글을 멈추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녹색의 작은 주전자에서 물이 끓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문득 기적소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너머 가까운 이들의 얼굴이 필름처럼 스치듯 지나간다. 비가 오지 않아서 모내기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의 얼굴과 십 년을 부부로 살면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감.. 2004. 1. 25. 그냥 그렇게 담백한 수묵화처럼 - 이희숙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한 날이 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TV도 음악도 별로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날 말이다. 그런 날이 일 년 중 몇 번 찾아드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내 표정이 그냥 넘기기에는 아니다 싶었는지 남편이 다가와 말을 건다. "무슨 일 있.. 2004. 1. 25. 변신을 꿈꾸는 여자와 안주하고픈 여자 - 이희숙 나는 가끔 내 안에서 ‘변신을 꿈꾸는 여자와 안주하고픈 여자’ 사이에서 짧지만 아주 강렬한 충돌을 경험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은 파스칼이 말한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휴식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데서 온다는 말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온전한 휴식을 할.. 2004. 1. 25. 현모양처(賢母良妻)가 꿈인 여자 - 이희숙 현모양처(賢母良妻)가 되는 게 꿈인 적이 있었다. 한 남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부터.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 [ 孟母三遷之敎 ]는 인간의 성장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금에 현모양처의 으뜸으로 꼽히게 된 맹자의 어머니와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에 버금 될 정도는 아니어도 나름의 원칙과 소신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높아져만 가는 꿈처럼 현모양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 나이에 나이테 하나를 더 새겨 넣을 때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정성과 사랑, 인내와 지혜. 더불어 투자라는 범위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시간과 돈까지. 누군가 내게 살면서 꼭 지키고 싶은 것 중 하나를 말하라고.. 2004. 1. 25. 이전 1 ···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