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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야 이희숙365

읊조림(넷) - 이희숙 견고한 나를 언제 흔들어 놓을지 모르는 두려움의 정체 단정한 가운데 흐트러진 낯선 바람이 불어온다. 처음부터 내 안에 웅크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예측 불가능한... 혹은 파격적인... 폭풍 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 어떠한 명분도 어떠한 이유도 필요치 않는 이 감정의 사치를 나는 결코 열정이라고 .. 2004. 1. 27.
희망의 불씨하나 - 이희숙 오늘은 내리던 비마저도 쉬고 싶은가 봅니다.일기예보와 맞지 않게 해님이 간간이 내리쬐는 걸 보니 말입니다.정말 오늘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날입니다.그동안 내가 너무 바쁘게 살아온 탓이라고 혼자 위로하며친정어머니께서 해온 쓴 한약을 아무런 저항 없이 단숨에 꿀꺽하고 삼켜 버렸습니다.이제 내 뱃속은 시꺼먼 한약이 몸속 구석구석 쉼 없이 여행을 할 것입니다.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내가 뿌린 말의 씨앗이 어쩌면 조금 전에 마신 쓰디쓴 한약의 빛깔을 하고내 안에서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요 며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한발 물러서서타인을 대하듯 나를 느껴보려고 애를 써보았습니다.그동안 나는 참 많이 행복했고 내 행복에 대해단 한 번도 거짓이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 2004. 1. 27.
읊조림(셋) - 이희숙 무심결에 침대에 걸터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가 빨갛게 익어 가는 열매를 부리로 쪼아대는 모습이 평화롭다 못해 외로워 보인다. 외로워 보이는 건 지금 이 순간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 속에 온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서성대는 내 마음의 표식이다. 정.. 2004. 1. 27.
비오는 날의 독백 - 이희숙 그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떤 형태의 기다림이든 절절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여러 날 동안 비를 머금지 못한 땅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하품만 해댔다. 그 하품하는 대지위로 조금 전부터 하늘이 삼단 같은 머리를 풀고 지상으로 조금씩 내려앉는다. .. 2004. 1. 25.
그냥 그렇게 담백한 수묵화처럼 - 이희숙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한 날이 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TV도 음악도 별로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날 말이다. 그런 날이 일 년 중 몇 번 찾아드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내 표정이 그냥 넘기기에는 아니다 싶었는지 남편이 다가와 말을 건다. "무슨 일 있.. 2004. 1. 25.
그리움행 티켓을 사는 이유 - 이희숙 내가 밤마다 추억 정거장에 나가 그리움행 티켓을 사는 이유는 살아서 마주보기 두려울지라도 하나의 물살로 흐르다 어느 순간 고요히 사라진... 숨죽인 그리움의 깊이를 지나면 생각의 산맥을 넘고 마음의 강을 건너 언제나 먼저와 나를 반기는 죽어서도 놓지 못할 오직 한사람 그대라.. 2004.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