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바람이 불었어.
수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간간이 불었고
바람 부는 거리를 걸으면서 오늘도 습관처럼 거울을 봤어.
지나치는 거리의 상점 유리창을 통해 비춰진 내 모습 봐 줄만 했어.
밝은 갈색에 긴 머리, 짧은 가죽치마에 가죽잠바
그리고 살짝 드리운 듯 걸친 스카프...
어쩌면 그 순간 내 자신이 여전히 젊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래. 아마 그랬을 거야.
아니, 분명 그랬던 것 같아.
그 순간 내 자신이 예쁘다는 생각을 한 건 순전히 바람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면 내 얼굴 여기저기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오늘 의상과 잘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고...
자신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나를 지나치는 그 누군가 착각하지 말라고 비웃어도
이 순간만큼은 기분 나쁘다거나 머쓱해하지 않을래.
이런 느낌이 드는 내 기분 뻔뻔해서도 아니고 철이 없어서도 아니야.
그 만큼 내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요 며칠 더 깊이 느끼고 있는 중이라면 설명이 될까......
이 저녁 문득 그립다.
사랑했음으로...
사랑하고 있음으로...
그리워했으므로...
그리워하고 있음으로...
살아가는 일이 이토록 아름다운일임을 느끼게 해준
지난 시간 속에 멈춘 기억들과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사랑스런 풍경과
보고픈 사람들의 목소리와 얼굴, 걸음걸이, 눈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