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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추억은 애당초 그런 것 - 이희숙

by 시인촌 2009. 5. 22.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

거대한 대륙이 몰려와요

바람 한 점 없었는데

예보에도 없던 갈기까지

추억은 애당초 그런 거라고

농담으로라도 말해 주는 이 있었다면

길 위에서 만난 저들 중

누가 이토록 나의 이름을 저리도록 부르는지

왈칵 꽃송이 피워 부름에 답했을 텐데

어쩌랴

흐린 기억에

밀려오는 풍경을

쓸려가는 이름을

끝끝내 외면하지도 붙잡지도 못하는걸

 

 

갈기: 물거품을 일으키며 세차게 맴돌아 오르는 물마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물마루: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멀리 보이는 수평선의 두두룩한 부분

 

2009년 5월 - 姬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