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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부제- 금지된 사랑) - 이희숙

by 시인촌 2009. 5. 30.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말은 
애당초 허락되지 않는 금기어였는지 모른다고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말도 
영영 비켜가도 좋을 사치였는지 모른다고 
그러나 
사랑하는 동안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사랑이라는 말을  
밥 말아먹듯 술술 잘도 넘겼습니다
내내 봄날로 살았습니다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대와 나 사이엔 
은폐된 혹은 유배된 그리움만이 
애당초 허락된 모국어였는지 모른다고 
하여
돌보지 못한 사랑을 
서둘러 지우려한 죄
뿌리지도 거두지도 말아야 할 사랑을 
그리움이라는 밀알로 가두어버린 죄
숙명이니 운명이니 하는 말을
거침없이 남용한 죄를 고백하니
부디 신의 뜻대로 하소서  
 
2009년 05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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