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말은 애당초 허락되지 않는 금기어였는지 모른다고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말도 영영 비켜가도 좋을 사치였는지 모른다고 그러나 사랑하는 동안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사랑이라는 말을 밥 말아먹듯 술술 잘도 넘겼습니다 내내 봄날로 살았습니다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대와 나 사이엔 은폐된 혹은 유배된 그리움만이 애당초 허락된 모국어였는지 모른다고 하여 돌보지 못한 사랑을 서둘러 지우려한 죄 뿌리지도 거두지도 말아야 할 사랑을 그리움이라는 밀알로 가두어버린 죄 숙명이니 운명이니 하는 말을 거침없이 남용한 죄를 고백하니 부디 신의 뜻대로 하소서 2009년 05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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