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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쉬어가는 섬 ㅡ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17. 12. 14.

 

 

그래도와 아직도를 아시나요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섬

 

깨지고 넘어져 더는 아무것도 아닐 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깜깜한 방에 불 밝히듯

스스로 등대가 되어 길을 찾는 섬

 

생각만 하다 끝내 아무것도 못 할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 토닥여주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

물길을 만난 배처럼

스스로 길을 내고 노를 젓는 섬

 

왈칵 세상의 끝과 마주하거든

그래도와 아직도로 떠나라

밤새 폭우가 내리고 폭설이 쌓여도

젖지 않고 묶이지 않는 섬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섬이 있다

그래도와 아직도가 있다

 

 

 

2017년 12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