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봄바람 편에 사나흘 더 기다려야 얼굴 볼 수 있다는 작약의 타전이 왔다 누군가에겐 사나흘이 십 년보다 더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왈칵 마음 쏟아지는 소리에 아직 닿지 않은 그대가 불현듯 그립다 그립다는 생각에 꼬리처럼 이어지는 말, 거기
거기
설명하지 않아도 도착지가 어디인지 분명한 말
거기
불쑥 떠나고 싶을 때
쓰윽 나타나는 출입문 같은 말
거기
생각나지 않는 이름에 그리움을 포개는 말
거기
돌고 돌아서 마침내 당도하는 종착역 같은 말
금낭화와 낮달맞이꽃이 약속처럼 속삭이는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엔
숨기고 싶은 비밀 하나쯤 두고 가도 좋을
마음이 머무는 말
거기, 그대
2024년 05월 - 喜也 李姬淑
'시가 있는 간이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당 - 희야 이희숙 (0) | 2024.08.14 |
---|---|
독백 - 희야 이희숙 (0) | 2024.08.12 |
지금은 나를 물들일 시간 - 희야 이희숙 (2) | 2024.07.23 |
씹다 - 희야 이희숙 (0) | 2024.07.23 |
그늘의 깊이 - 희야 이희숙 (1) | 2024.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