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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예순 여섯)

by 시인촌 2005. 7. 4.

약 병을 따기도 전에 속에서 훅하고 거부를 한다.
이런 날은 왠지 약병을 따기가 싫다.
그래도 습관처럼 아침밥을 하기 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공복상태에서 약병을 딴다.
빨강 액체가 입을 통과해 몸 구석구석 뿌리를 내리는 시간은 
불과 채 일분도 걸리지 않는데 그 짧은 시간이 어느 순간에는 
늘어진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어야 할 때 기분처럼 묘하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
흙먼지 나는 산모퉁이를 돌고 도는 버스를 오래도록 탄 사람처럼 
괜스레 울렁울렁 거리는 게... 
그래도 나는 씩씩하다.
아니, 어쩌면 씩씩해야만 진짜 내 모습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라도 
애써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야무지다’ 라는 말을 
인이 박히도록 오랜 세월 들어온 탓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