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고 낮은 읊조림

이름 한번 불러주세요 - 이희숙

by 시인촌 2005. 7. 4.

‘이름 한번 불러주세요.’
길지도 않은 이 문구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가을쯤으로 기억되니 
벌써 반년하고도 또 한 계절을 보냈다. 
이 글을 매일 마주치는 것은 아니지만 외출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 
이 글귀가 붙어있는 초등학교 담을 지나칠 때면 어느새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그 누군가의 이름을 입 속에서 굴리며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기도처럼 되 내이고는 혼자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름으로 보아서 남자임에 틀림이 없다는 결론까지 내리며...
이름, 이름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도하지만 
이름이야말로 한 개인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그 사람의 이력서라고 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름을 통해서 한사람의 모습과 나이, 성별은 물론이거니와 
살아가는 배경과 성품 등을 자동영상처럼 떠올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적어도 스친 적이 있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알게 모르게 머리 속에 저장된 경우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이름이란 한 개인의 짧은 역사와도 같다. 
.
.
.

나는 유머감각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웃을 준비는 되어 있다.
비 내린 오늘,
유머감각 없는 내가 심심한지 은근슬쩍 장난기가 발동한다.
누가 내 이름 불러줄 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