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페리요정!
오늘 처음 시작한 영어과외수업은 재미있었니?
그동안 네게 도움을 줄 영어학원이나 선생님을 찾느라고
엄마는 알게 모르게 참 많이 고민했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는데
엄마가 네 영어공부를 틈틈이 가르치는 걸로는
엄마 마음에 차지도 않을 뿐더러 솔직히 벅차기도 했어.
읽고 해석하는 정도만으로도 네 공부에 도움은 주겠지만
훗날 네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공부를 하려면
프로다운 스승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
엄마가 네게 도움이 되는 영어학원과 선생님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신문에 나온 기사를 봤어.
원어민 강사에게 직접 영어회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신문을 보는 순간 머릿속은 그래, 바로 이거야.
딱 그 기분이었어.
엄마인 내가 영어회화까지 잘하면
어떤 영어학원을 다니게 할까 하는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앞뒤 생각하지 않고 신청을 하고 말았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엄마의 마음은 반은 이미 시작한 기분이었어.
신청한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라
엄마가 신청할 당시만 해도 20명 정원을 넘어섰다는 담당자의 말도 있고 해서
어쩌면 중급회화가능자 중 접수한 순서대로 뽑거나
취직을 목적으로 하는 젊은 사람 위주로 뽑는 건 아닌가 하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그랬었는데
오늘 오후 다소 비싼 과외비를 감수하고
너에게 괜찮은 영어선생님을 부쳐 주어 수업하고 있는 그 시간에
다음주 화요일 저녁 6시까지 수업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어.
막상 수업하러 오라고 하니까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
그동안 생활 속에서 영어회화를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에
알고 있는 일상대화마저도 입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순전히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혼자 전전긍긍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엄마가 공부하러 집을 나서야 할 무렵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재석이가 가장 신경이 쓰여.
다른 집은 열쇠 챙겨 혼자 문열고 들어오는 풍경이 흔히 있는 일이라지만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때에도
너희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이나 학원에 있는 그 시간을 이용했기에
엄마가 없는 시간동안 챙겨 놓은 간식 먹고 쉬다가 시간 되면 열쇠 챙겨서
태권도장으로 가야하는 네 동생 재석이를 생각하면
배워야겠다는 결정을 한 게 잘한 행동인지 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곤 해.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어.
얼마만큼의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도전해 볼 가치는 분명 있을 거라고 말이야.
엄마는 이 나이에도 너무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여전히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아 행복한 사람이야.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가족을 통해서 더 많이 느끼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꿈이
가슴속에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면
정말이지 살아있다는 사실을 더 깊이 더 절실하게 느끼게 돼.
엄마가 언젠가 말했었지.
사람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배움에 게으르면 안 된다고 말이야.
살아있다는 건 말이지 그 어떤 순간에도 가능성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거야.
페리요정!
네 영어과외선생님은 학원에서 영어를 강의하시는 분이니까
실력에서만큼은 그 누구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거라고 엄마는 믿어.
그러니까 네 꿈을 향해서 좀 더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어.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한껏 열어 가슴으로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봐.
노력하는 자에게는 이 세상이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껴보란 말이야.
사랑하는 딸, 우리 약속하자.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꿈의 페달을 힘차게 밟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그래서 정말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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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9월 03일 토요일
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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