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와 2학년인 아들 녀석이 봄방학 하는 날
학교 생활 통지표를 받아왔다.
생활 통지표를 받아 든 나는 내 어릴 적 생각에 불현듯 사로잡혀
아이들을 불러 놓고
70년대, 국민학교라 불리는 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성적표에는 수, 우, 미, 양, 가 다섯 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반 전체 학생 수에 자신의 성적이 몇 등인지 표기되어 있는...
선생님 말씀과 장래희망 그리고 자주성, 근면성, 협동성 등으로 나누어진 곳에는
가, 나, 다로 표기 된 곳 아래에 동그라미가 찍혀 있고...
아이들은 내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며 엄마도 이런 것 배웠어요.
과학 실험은 어땠어요?
정말 그때는 많은 게 모자랐어요?
두 아이 질문을 서로 하려다 이상하게 말싸움이 났다.
만 삼 십 개월 차이가 나는 사이지만
동생은 남자라고 벌써부터 자존심을 치켜세우고
누나는 학교에 가면 선배인데 절대 질 수가 없다고 티격태격하다
결국 나한테 야단을 맞는 상황이 되고서야 입씨름은 끝났다.
가끔 나는 장래희망이 아나운서인 딸아이가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펼칠 때 얄밉기(?)까지 하다.
현재 학교 방송 반에서 아나운서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한테도 지는 법이 없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는 식으로 논리를 펼치는 아이는
자신을 소개 할 때 하는 말이 참으로 걸작이다.
"그 누군가 날 건드리지 않으면 조용한 성격임......"
남편은 가끔 이런 딸아이가 이기적이고 인정이 없다고
공부 보다 먼저 인간교육을 시키라고 일침을 가하지만
오늘은 팔불출 엄마가 되고자 한다.
그 옛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와는 참으로 많이 변한 성적표지만
아이에게 먼 훗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자
아이의 학교 생활 통지표를 디카로 몰래 찍어 올린다.
그 옛날 방식의 생활 통지표가 나은지 지금의 생활 통지표가 나은지는 둘째 치고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