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내리는 비 소리에 몸보다 먼저 마음이 일어섰다.
빌어먹을 하늘 구멍이 났나, 어쩌자고 날마다 비가 내리는지...
분명 세상을 관장하는 하늘수도꼭지에 탈이 난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장마가 끝난 8월에 이리도 많은 양의 비를 내려서
가난한 이들에게서 피어오르던 해맑은 미소와
간간이 소리 내어 웃던 작은 웃음소리마저
가슴 속 깊은 곳으로 꾹꾹 밀어 넣고
희망보다 절망의 그릇이 더 큼에
때때로 삶조차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가 말이다.
열흘 계속 되는 비에 가옥이 침수되고 막대한 재산피해에
아예 눈감고 귀 막고 입 봉한 채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싶은 그들에게는
지금 작은 씨앗 한 톨이 땅에 뿌려져 쉼 없는 여행을 하는 동안
훗날 수 십 배 아니 수백 배의 희망으로 거듭나는
현실적인 교훈이 필요한 때이다.
천재에 놀라 서러운 이들은
정부와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 행하는 늑장 수해대책과
세심한 분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 식, 주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정당한 행복추구권마저
내리는 비에 덩달아 소실 된지 오래다.
문득 그립다.
긍정적인 생각과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뚜렷한 국가관과 민족애를 가진 질그릇 같은 사람들이...
나는 원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소망한다.
정치 경제 사회전반에 걸쳐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해맑은 웃음을 다시 되 찾아 줄 희망의 전도사를...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희망이라는 그리움 한 톨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피어나
생활 곳곳에서 가장 강력하게 전염 될 수 있는
아름다운 병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2003년 08월 어느 비 내리는 날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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