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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251

사랑 모순(矛盾) - 이희숙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이별을 앞서 예감하는 모순(矛盾)을 낳고 그 모순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비모순을 낳지만 끝내 이 말만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숨겼어야했다 더 이상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더 이상 나를 사랑 할 자격이 없다는... 2003년 07월 21일 - 喜也 李姬淑 2004. 3. 5.
사람들은 모른다 - 이희숙 사람들은 모른다 깨어지고 바수어져도 섬이라는 운명에 그대를 오래도록 가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슴 태우는 그리움 때문인지 오랜 습성에 길 들여진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른다아름다운 생명의 섬이 어느 날 문득 사막처럼 황폐해진 까닭이 그대에게서 등 돌린 섬 때문이 아닌 그대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한번 섬이었던 가슴은 떠나도 끝끝내 섬으로 남는다는 것과 미처 떠나지 못한 섬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난다는 사실을.  2003년 06월 25일 - 喜也 李姬淑2024년 08월 부분 수정 사람들은 모른다 깨어지고 바수어져도 섬이라는 운명에 그대를 오래도록 가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시시각각 가슴 태우는 그리움 때문인지 채 분해되지 않는 사랑이 불씨로 타오르기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조차도사람들은.. 2004. 3. 4.
시인의 독백(부제 - 몇 줄의 시로도...) - 이희숙 가슴의 언어가 불이라면 그 불을 잠재울 수 있는 머리로도 시를 써야 한다던 논쟁이 저만치 물러선 시간 몇 줄의 시(詩)로도 뜨거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 굳게 닫힌 자궁은 그림의 떡 부끄러움도 잊은 채 밤새 홀로 몇 줄의 시를 강간만 한 나는 참 시인을 모욕한 죄인 200.. 2004. 2. 28.
기다림의 습성 - 이희숙 기다림이 만남을 목적으로 한 풍경이 아니라 해도 도라지꽃 소곤대는 언덕을 지나고 밀어로 속삭이는 산길을 거니는 동안에도 그대라는 이름은마주치는 풍경마다 시도 때도 없이 흔들어댑니다지난 시간 그대와 내가 무심코 꺾어 버린 나무는 숲이 되지 못하고 미처 돌보지 못한 현실이 되었지만 그리움의 골짜기마다 불 밝히는 기다림의 습성은 허리 한번 낮추는 법 없습니다 가고 오지 못한 이여, 기다림이 만남을 목적으로 한 풍경이 아니라 해도 사랑보다 먼저 기다림의 습성을 배운 이력으로 오늘 하루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2003년 07월 8일 - 喜也 李姬淑2024년 08월 부분 수정   기다림이 만남을 목적으로 한 풍경이 아니라 해도 도라지 꽃 소곤대는 언덕을 지나 밀어로 속삭이는 산길을 거니는 동안에도 그대라는 이름은 .. 2004. 2. 27.
그대 굳이 묻지를 마라 - 이희숙 충돌하는 오후 두시의 그리움이 얼굴을 묻으면 가만가만 젖어오는 것들 흐르는 시간 속에 얼마나 그리웠냐고 그대 묻지를 마라. 성질 급한 초침이 지구의 반을 삼키는 동안에도 숲은 잠드는 법 없고 별은 홀로 자취 감추는 법 없나니 우리가 설혹 호흡과 호흡 사이를 맴도는 바람으로 만.. 2004. 2. 25.
더 이상 욕망이 아닌 고요 - 이희숙 부질없는 욕망 끊을 수 없어 욕심이라는 울 덤으로 놓던 날 벚꽃처럼 핀 신열 종일토록 허공에 꽃물들이다 허깨비처럼 너울너울 모든 사물은 고요 속에 자신의 키를 더 낮춘다는 사실 앞에서 잘난 맛에 짧은 줄 모르고 놀리던 세치 혀마저 갇히면 이름만 무성한 시(詩) 비로소 무릎 꿇는.. 2004.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