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251 내 시(詩)는 - 이희숙 내 시(詩)는 일회용 쓰레기다 일상의 시시한 모습들만 훔쳐보다가 시의 겉만 빙빙 도는 벽에 붙여둔 껌을 떼어내어 즐겁게 다시 씹던 어린 날 기억처럼 내 시(詩)도 아주 가끔은 가슴 따스한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씹혀지기를 바랬다 일회용 양심으로 묻히고 싶지 않은 내 시(詩)는 마음을 데우는 한 줄.. 2004. 3. 27. 12월은 숨겨둔 날개가 자라는 달 - 이희숙 한 달 막일에 등뼈가 휘어지도록 일하고도 얇은 봉투가 제 목숨의 무게인양 허공에 빈 그림만 그리는 사내 가난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사내의 등에 철썩거리는 파도로 남아 비릿한 항구의 배설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사내 오늘 새벽에는 별을 한 움큼 털어 마셨다 어딘가 돋아나고 있는 만나지 .. 2004. 3. 26. 지병(持病) - 이희숙 길과 길이 맞닿는 곳 어디에나 사랑도 있었고 목마른 시간도 있었다 그 길 위에서 그리워 하다 하다 꽃잎 한 장 피워낼 수 없는 사랑 보내고야 말았다 보내고 돌아서는 발자국마다 피어나는 그리움 그림자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대 아닌 누구도 판독할 수 없는 아득한 지병(持病) 2003년 01.. 2004. 3. 25. 지나간 사랑에 묻는다 - 이희숙 낮과 밤 그 미묘한 경계선처럼 언제 내게로 왔다 되돌아간 줄도 모르게 지나간 사랑이라서 아팠고 그리움이라서 애틋한 내 사랑이라고 불렀던 사람 지나간 사랑에 묻는다 정녕 그대가 나를 지구라는 어느 별에서 만나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 오늘은 그대로 인해 외롭지만 내일은 현실이 .. 2004. 3. 17. 누가 알까 - 이희숙 누가 알까 환하게 핀 들꽃 흔들리며 피는 인생 자서전이라는 걸 저토록 높이 나는 새 사무치는 울음 날개 밑에 숨길 때 더 높이 난다는 걸 곱디고운 붉은 노을 가난한 영혼 숨길 곳 없어 화석이 된 사람의 그림자란 걸 이름처럼 무성한 이유 누가 알까 이 세상 어디에도 흔들리며 피지 않.. 2004. 3. 16.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는 그대 - 이희숙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는 그대 그대와 나의 거리를 그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좋다 시도 때도 없이 솟아나는 그대 그것만으로도 우리사랑은 말보다 가슴이 먼저 와 닿는 거리에 있다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는 그대 지금 그 자리 그 느낌 그대로 있어도 좋다 다만, 나를 향한 그대 무언의 .. 2004. 3. 10.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