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댐이 생기기 전
황강⁕ 모래사장으로 피서를 갔다
집에서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음식과
내 머리통만 한 수박을 이고
농사일로 고단한 몸을 모래찜질로 풀었던 엄마는
군불 땐 방에서 지지는 것 같다며 단잠을 주무시고
어린 나는 모래찜질은 안중에도 없고
화려한 꽃무늬 양산을 쓰고 모래사장을 휘젓고 다녔다
그늘 찾아 배꼽시계 울리기도 전 돗자리를 깔고
김밥 사이다 달걀 수박을 참 맛나게도 먹었다
모래찜질 후에 먹는 아이스께끼는 달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은사시나무 따라
흐드러진 개망초꽃도 따라 흔들렸다
부모님이 떠나고 없는 종갓집 마루에 앉아
황강에서 놀았던 추억 한 페이지를 펼친다
합천댐이 생긴 후 모래찜질하는 사람도 없고
은사시나무속으로 뛰어들던 어린 나도 없지만
그리운 추억은 늙지도 않고 반긴다
황강⁕ :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의 삼봉산(1,254m)에서 발원하여
거창군과 합천군을 흘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강
2025년 3월 - 喜也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