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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

미국 애틀랜타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타다

by 시인촌 2025. 11. 25.

2025년 추석은 직장인들에게는 여행 떠나기 최고로 좋은 기회다. 1010일 금요일 하루 연차 내면 꿈같은 열흘을 보낼 수 있으니 올 초부터 여행지를 어디로 떠날지 정한 사람들은 비행기 편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재작년 11월에 시어른이 돌아가신 후 시댁 식구들과 가족회의를 거쳐 명절은 차례를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는 남편의 버킷리스트인 페루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자유 여행이 체질인 우리 가족은 패키지와 달리 페루 한 나라만 집중하기로 했다. 지인들은 한결같이 비행기표도 비싼데 기왕 간 거 힘들어도 남미 여러 나라를 보고 오면 좋을 텐데...”하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는 걸 선택했다.

 

103일 금요일, 남편과 함께 이른 아침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미리 예매한 공항 직통 열차로 갈아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수도권에서 사는 딸과 아들은 공항 일반 열차를 타고 우리보다 30분 후에 도착했다. 아점으로 한식을 먹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뉴스에서 떠드는 것과 달리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마도 동남아와 아시아권 여행객이 많아서 각 지방 공항으로 분산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남편의 권유로 스마트 패스(Smart Pass) 사전등록을 한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전용 출국장을 이용해서 빠르게 출국심사를 할 수 있었다. 스마트 패스는 여권, 안면 촬영, 탑승권을 사전에 등록하면 출국장, 탑승 게이트 등을 얼굴 인증만으로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서비스다. 디지털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자동 출입국 서비스라니 세상 참 편리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길게 줄 섰는데 우리가 이용한 출국장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드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넷 사용이 많고 앱 사용에 능한 편인데 스마트 패스 기능을 이용하지 않는다니 참 모를 일이다. 국가자원관리 시스템 화재로 인해 등록하는데 불편을 겪었지만 한 번 등록하면 계속 이용할 수 있는데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얼굴만 대면 통과니 기다리는 지루함은 없으니 좋았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에 속한 델타항공으로 미국 애틀랜타 탐승길에 올랐다. 기내가 너무 추워서 담요로 해결되지 않았다. 머리 위 에어컨도 끄고 겉옷을 꺼내 입었지만 13시간 동안 추위에 떨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공항에 내려 우버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예상은 했지만 택시값이 비싸다. 근처에 있는 CVS에 가서 코감기에 좋다는 커니컬을 사고 저녁 먹으러 근처 타코 가게로 갔다. 타코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짜서 먹고 싶은 생각이 달아났다. 구글에서 평점 4.7이라 기본 이상은 하겠지 했는데 미국에서의 첫 끼는 실망스러웠다.

 

photo by 희야 이희숙

 

저녁을 먹었으니 1996년 7월 19일부터 8월 4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제26회 하계 올림픽을 기념하는 센테니얼 올림픽공원으로 산책 겸 걸어갔다. 저녁이라 대관람차 불빛이 예쁘다. 몇 가지 색깔로 바뀌는 모습을 오륜기 앞에서 바라보다가 바닥분수로 갔다. 때마침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음악과 함께 물길이 춤을 춘다.  멀치감치 떨어져 구경하던 어린 남매가 바닥분수 가까이로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으로 남겼다. 바닥분수 음악이 멈추자 더는 물 쇼도 없고 어린 남매도 그 자리를 떠났다.

photo by 희야 이희숙

 

사진 찍을 때 손에서 폰 놓치지 말라고 끈 달린 가죽 케이스를 했는데 그 속에 넣어 둔 운전면허증이 없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없다. 어두워서 찾는 걸 포기하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가로등이 눈길을 끌었다. 넓고 깨끗하게 잘 정돈된 공원 속 커다란 나무도 주변의 높은 건물도 여기가 미국이야 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우버택시 잡느라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폰 케이스를 접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마도 운전면허증은 그때 빠진 모양이다. 약을 먹었는데도 콧물 재채기는 멈출 줄 모르고 시차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눈 감은 채 밤을 지새웠다.

웨이모 택시(자율주행 택시)

 

다음날 코카콜라박물관과 CNN을 갈까 생각했지만, 날씨가 좋아서 야외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아침을 먹고 그곳에서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는 피그몬트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까지 우버 택시가 아닌 웨이모 택시(자율주행 택시)를 불렀다. 자율주행 택시는 처음이라 타고 있으면서도 신기했다. 남편은 앞자리 조수석에 앉고 뒷자리에는 나와 아이들이 앉았다. 즐거운 경험에 들뜬 우리는 안전벨트 매는 것도 잊은 채 자율주행 택시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탑승한 지 5분쯤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딸아이는 안전벨트를 메지 않아서 전화가 왔다며 안전을 대비해 자동연결 된 것 같다고 했다. 위험 상황 대처 능력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자율주행 택시는 교통법규를 잘 지켜 안전하지만 다소 느린 게 좀 아쉬웠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가는 동안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해서 들었다. 평소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가 흘러나와 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차 안에서 보는 애틀랜타 거리와 집과 건물 느낌은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번잡한 뉴욕보다 사람 살기는 더 평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살면 좋겠다고 했더니 작년에도 친구들과 미국으로 여행 다녀온 딸은 물가가 비싸서 살기 힘들 수도 있다며 웃는다. 차는 어느새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이 다 내리고 나서도 차는 미동도 없다. 앱에서 도착을 누르니 그제야 문을 완전히 잠그고 출발했다. 나는 낯선 곳에서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같이 눈에서 멀어지는 자율주행 택시를 바라보며 고마워.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 식구들이 들릴 정도로 소리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