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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그래도와 아직도라는 섬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8. 24.

무진장 사랑을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사랑이 있을 뿐

 

외로워서 사랑하고

참을 수 없어 이별하는 사람들이

꽃잎처럼 뒹굴다 빌딩 숲으로 사라지는 오늘

느닷없이 문득

바람결에 감추고 꽃잎에 묻어둔 사랑이 생각나네요

 

아직도라는 이름의 환승역으로 달려가

잃어버린 사랑을 리필하면

보내고 돌아선 자리마다

첫눈처럼 사랑이 찾아올까요

 

그래도라는 이름의 환승역으로 달려가

잊어버린 그리움을 고속 충전하면

떠나온 길목마다

봄꽃처럼 그리움이 피어날까요

 

오늘은 어쩐지 무작정 자꾸만

그래도와 아직도 사이에서 서성이는 그대가

기적소리 울리며

그리움행 열차를 타고 달려올 것만 같아요

 

 

2010-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