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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獨白)혹은 낮은 읊조림 - 이희숙 독백(獨白)혹은 낮은 읊조림 쉬 잠들지 못하는 밤엔 고독(孤獨)한 혼(魂)을 불러 세워 깊고 낮은 읊조림을 해 바람처럼 떠돌다 마음 끝에 턱하니 붙어버린 언어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스치듯 지나간 것들을 위해 상기된 분홍의 살빛위로 희미해져 가는 것들 살처럼 붙여두면 미치도록 끓고있는 것들 .. 2004. 1. 28.
읊조림(다섯) - 이희숙 실종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가장 나를 아끼는 순간에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오늘 내 하루 중 그러한 순간이 있었다.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그 무엇이 미치도록 나를 휘어 감는 그 순간에 눈 덮인 안데스산맥을 떠올리며 실종이라는 단어를 기억해냈다. 사라지고 싶다는 .. 2004. 1. 28.
읊조림(넷) - 이희숙 견고한 나를 언제 흔들어 놓을지 모르는 두려움의 정체 단정한 가운데 흐트러진 낯선 바람이 불어온다. 처음부터 내 안에 웅크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예측 불가능한... 혹은 파격적인... 폭풍 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 어떠한 명분도 어떠한 이유도 필요치 않는 이 감정의 사치를 나는 결코 열정이라고 .. 2004. 1. 27.
희망의 불씨하나 - 이희숙 오늘은 내리던 비마저도 쉬고 싶은가 봅니다.일기예보와 맞지 않게 해님이 간간이 내리쬐는 걸 보니 말입니다.정말 오늘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날입니다.그동안 내가 너무 바쁘게 살아온 탓이라고 혼자 위로하며친정어머니께서 해온 쓴 한약을 아무런 저항 없이 단숨에 꿀꺽하고 삼켜 버렸습니다.이제 내 뱃속은 시꺼먼 한약이 몸속 구석구석 쉼 없이 여행을 할 것입니다.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내가 뿌린 말의 씨앗이 어쩌면 조금 전에 마신 쓰디쓴 한약의 빛깔을 하고내 안에서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요 며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한발 물러서서타인을 대하듯 나를 느껴보려고 애를 써보았습니다.그동안 나는 참 많이 행복했고 내 행복에 대해단 한 번도 거짓이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 2004. 1. 27.
편지( Re: 흐린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지난주에 내장산에 다녀왔다는 바람꽃 네 편지를 읽고 잠시 그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내 딸 신애가 막 돌(1993년)을 지난 그 해 가을, 서른 한 살의 동갑내기 우리 부부는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내장산에 간다는 그 설렘 하나만으로도 흥분되어 오는 마음을 서로에게 .. 2004. 1. 27.
읊조림(셋) - 이희숙 무심결에 침대에 걸터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가 빨갛게 익어 가는 열매를 부리로 쪼아대는 모습이 평화롭다 못해 외로워 보인다. 외로워 보이는 건 지금 이 순간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 속에 온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서성대는 내 마음의 표식이다. 정.. 2004.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