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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림(셋) - 이희숙 무심결에 침대에 걸터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가 빨갛게 익어 가는 열매를 부리로 쪼아대는 모습이 평화롭다 못해 외로워 보인다. 외로워 보이는 건 지금 이 순간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 속에 온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서성대는 내 마음의 표식이다. 정.. 2004. 1. 27.
비오는 날의 독백 - 이희숙 그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떤 형태의 기다림이든 절절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여러 날 동안 비를 머금지 못한 땅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하품만 해댔다. 그 하품하는 대지위로 조금 전부터 하늘이 삼단 같은 머리를 풀고 지상으로 조금씩 내려앉는다. .. 2004. 1. 25.
그냥 그렇게 담백한 수묵화처럼 - 이희숙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한 날이 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TV도 음악도 별로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날 말이다. 그런 날이 일 년 중 몇 번 찾아드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내 표정이 그냥 넘기기에는 아니다 싶었는지 남편이 다가와 말을 건다. "무슨 일 있.. 2004. 1. 25.
그리움행 티켓을 사는 이유 - 이희숙 내가 밤마다 추억 정거장에 나가 그리움행 티켓을 사는 이유는 살아서 마주보기 두려울지라도 하나의 물살로 흐르다 어느 순간 고요히 사라진... 숨죽인 그리움의 깊이를 지나면 생각의 산맥을 넘고 마음의 강을 건너 언제나 먼저와 나를 반기는 죽어서도 놓지 못할 오직 한사람 그대라.. 2004. 1. 25.
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이희숙 2001년 09월 06일 목요일, 오후 5시 14분 00초 안녕~~~~~~~~~ 페리요정...^^* 요즘 가을운동회 연습하느라고 많이 힘들지? 학교 돌아오면서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 거의 매일이다시피 전화하는 너 엄마도 어느새 네가 올 시간이면 우리 예쁘고 똑똑한 페리요정의 맑고 밝은 목소리를 들을 생각에 .. 2004. 1. 25.
♥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 이희숙 T0 : 내 사랑 미범 그대 사랑하는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어떤 식으로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평소에 편지지나 원고지에 내 정성을 담아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전하던 것과 달리 오늘은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 2004.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