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어
유배된 감정 위로
살포시 떠오르는 얼굴
그 얼굴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사랑했던 당신도
아닐지도 모른다
보내지 말아야 할 당신과
돌아서지 말아야 했던 나 사이
수없이 많은 말을 했지만
정작 필요한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오해와 이해 사이
간격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 간격 앞에서 우린 서로 멈춰 있었을 뿐
세상의 모든 은유와 비유에서
이별만 지워내면
끝내 남는 것은
사랑뿐이었다는 사실
저토록 애매했고
이토록 어설펐던
그대와 나
이제는 멀리서 본다
참 좋은 봄날이다
꽃처럼 환한 얼굴로
어디라도 나가야겠다
걷다 보면 숨어 있던 행복 하나쯤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갈지도 모르니까
2020년 어느 봄날 시작 노트, 2026년 1월 2일 수정- 喜也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