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
앞산빨래터공원 근처
식당과 카페가 늘어선 거리
차들이 줄지어 불을 켜고
주중의 고요 속에 놓인 가게들
겨울정원 담벼락에 매달린 불빛
철모르는 개나리처럼 수도 없이 늘어져
나는 잠시, 봄을 앞질러 걷고 있었다
그 눈부신 밝음의 한복판
제 키보다 높이 폐지를 실은 노인
리어카를 끌고 차도를 가로지른다
차들은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가고
노인의 속도는 풍경의 뒤편으로 밀려난다
내 걸음도
그 속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6년 1월 - 喜也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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