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사람이 들고 난 자리는
오래도록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귓가를 두드리는 낮은 목소리
다정한 시선 속에 남겨진 말들이
지문처럼 묻어날 때
아직도 누군가 곁에 서 있는 것 같다
사랑했었다는 말이 과거형임을 느낄 때
두어 발자국 뒤에 서 있는 사람처럼
생각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몸은 아직도 문밖에 서 있다
나는 여전히 그 눈빛이 가리키던 곳에 놓여 있다
끝내 닿지 못한 말들이
낙엽처럼 발밑에 수북이 쌓이고
잠들지 못한 밤은
아무 일 없다는 표정 아래 그대로 남아 있다
2020년 씀, 2026년 부분 수정 - 喜也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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