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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들고 난 자리는 슬프다

by 시인촌 2026. 1. 24.

사랑한 사람이 들고 난 자리는

오래도록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귓가를 두드리는 낮은 목소리

다정한 시선 속에 남겨진 말들이

지문처럼 묻어날 때

아직도 누군가 곁에 서 있는 것 같다

 

사랑했었다는 말이 과거형임을 느낄 때

두어 발자국 뒤에 서 있는 사람처럼

생각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몸은 아직도 문밖에 서 있다

 

나는 여전히 그 눈빛이 가리키던 곳에 놓여 있다

 

끝내 닿지 못한 말들이

낙엽처럼 발밑에 수북이 쌓이고

잠들지 못한 밤은

아무 일 없다는 표정 아래 그대로 남아 있다

 

 

 

2020년 씀, 2026년 부분 수정 - 喜也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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