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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기본값

by 시인촌 2026. 1. 22.

사람이 많은 카페

탁자 사이 엉켜버린 팔과 입술

공간은 밀려난다

 

누군가 말하면

예의는 시비가 되고

의견은 싸움이 된다

모두 침묵을 연습 중

 

바닥엔 얼룩진 침이 남고

꽁초는 가릴 곳 없이 착지한다

핸들 위의 분노는

신호보다 먼저 도착한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동안

 

 

20261- 喜也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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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지난주 일요일 오후, 남편과 한 대형 카페에 갔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다.
자리를 잡고 앉은 건너편에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눈을 감고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양옆에는 노트북과 책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어느 순간 팔을 껴안더니
급기야 공부하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입술을 포갠다.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이 보는 사람들의 몫이 되고...

공공장소에서 이건 아니지 싶어 조용히 다가가 말을 할까 생각했지만
사과는커녕 싸움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침묵을 선택했다.

그날 밤 노트북을 앞에 두고 낮에 있었던 일을 써 내려가다가
일상에서 본 적 있는 일을 묶어 ‘기본값’이라는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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