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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25시를 사는 여자

by 시인촌 2026. 3. 3.

1

대충 해라, 늙으면 병 된다

돌아가신 엄마와 언니들이 남긴

안부 같은 잔소리를 어깨에 얹고

오전 130, 깨어있던 하루의 문을 닫는다

잔물결처럼 어깨 톡톡 두드리며 내게 하는 말

오늘도 수고했어

 

불면의 끝자락엔 흔적처럼 눈이 따갑고

230분을 지나 잠깐 비쳤던 꿈의 꼬리를 놓치면

어느덧 새벽 540

3 딸의 아침밥을 지으며

나의 하루는 다시 기지개를 켠다

 

애들 다 키워 대학 보내면 심심할 거라던

인생 선배들의 말은

호기심 많고 할 것 많은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지만

아이들 어릴 적이 가장 눈부셨다는 그 말만은

이제야 알 것 같은 나이

 

2

십 대부터 이어진 불면의 끈이 최근 느슨해졌다
잠드는 시각도 수면의 양도 그대로지만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자기만의 습관을 만들라는 의사의 당부와

부엉이처럼 깨어있는 내 결을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 덕분에

 

세상이 잠든 시간은 시를 빚는 시간

오전 230분을 넘어

생각이 범람하는 날은 3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삼사십 대의 글쓰기가 쏟아지는 소나기였다면

오십 대의 글은 메모 속에 묵혀 둔 마음을

거르고 덧붙이며 몇 년을 삭히는 일

 

시를 쓴다는 건,

더 높은 산을 오르는 고행이 아니라

단어 하나가 가진 생의 무게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일임을 깨닫는 일

 

이 시간이 숨 쉴 수 있도록

가만히 곁을 내어주는 남편의 배려

 

비로소 평온한

나의 25

 

 

시작노트

아이들이 십 대였던 시절, 저는 늘 '나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모두가 잠든 깊은 밤

, 수필, 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써 내려갔던 그 시간은

치열한 생존의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5분 만에 터져 나온 즉흥시를 다듬지도 못한 채 내보냈고

어떤 날은 홍수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을 내일의 일과를 위해 억지로 누르며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언제나 1순위는 가족이었기에,

두 아이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글을 쓰는 시간은 늘 간절하고 부족했습니다.

 

24시간을 쪼개어 살며 분주히 움직이는 저를 보고,

남편은 어느 날  '25시를 사는 여자'라 불렀습니다.

오래전 툭 던진 그 한마디가 제 가슴에는 시의 씨앗으로 남았습니다.

 

이 시는 저의 일상이자, 글쓰기에 대한 고백입니다.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글에 최근의 변화된 마음을 덧대어 완성했습니다.

십 대부터 이어진 불면의 끈이 이제야 조금 느슨해진 문턱에서

비로소 평온하게 마주한 저의 '25'를 기록해 봅니다.

 

 

20262- 喜也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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