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 있는 간이역252

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 희야 이희숙 칠팔십 년대 중고등학교에 다녔던학창시절을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얼굴더 많은 승차권을 회수하기 위해 목청껏 오라이를 외치던우리가 버스 안내양이라고 불렀던 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라고자수성가한 남편 만나백화점으로 헬스장으로 문화센터로한바탕 신나는 꿈을 꾸고 있을까? 삼시 밥 차리다 말고올 봄에는 남들 다 가는 꽃구경도 놓쳤다며순한 신랑 바가지 긁는 재미로 살고 있을까?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며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가장의 무게를거북등처럼 갈라 터진 손에 싣고오늘도 새벽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어느 한 시절누군가의 아픈 손가락이요어떤 이의 꿈이었던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위대한 영자의 전성시대는 끝이 났는데.   2015년 03월 - 喜也 李姬淑 2015. 4. 3.
망각곡선 - 희야 이희숙 너에게로 향했던 수많은 길도 하나둘 사라졌다 네 안에 무수한 바람이 일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도 너는 끝내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어딘가에 너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숨 쉬는 그 날까지 너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님을 아니 아니다 사랑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동안에도 매 순간 너.. 2014. 12. 23.
그 여자 밥 짓는 여자 - 희야 이희숙 그 여자 밥 짓는 여자 중학교 입학하던 해 읍내에서 자취했다던 여자 부엌살림과 공개 연애한 지 삼십 년도 더 된 여자 쌓인 내공으로 치자면 입 다문 계집처럼 좀체 웃을 줄 모르던 목련도 방실방실 웃게 할 수 있지만 밥 짓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여자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여.. 2014. 3. 31.
페이스북 유감 - 희야 이희숙 만물상처럼 온갖 생각들이 즐비한 페이스북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 제품처럼 포장 한번 거창하다 누구도 허락 없이 함부로 아는 체하지 마라. 문을 여는 순간 너는 없고 나는 내가 아니니 오, 우연이 인연이 되는 기막힌 반전이 들불처럼 번져 너를 삼키기 전에 나를 불러 세울 일이.. 2013. 11. 1.
사랑하는 딸에게 - 희야 이희숙 두 눈은 아름다운 풍경과 너를 아끼고 염려하는 착한 사람들을 바라보고입은 바른말과 상대방을 칭찬하는 기분 좋은 말을 하고두 귀는 웃음소리와 힘이 나는 말에 행복하게 반응하고두 발은 보고 싶은 곳과 가고 싶은 곳을 향하여라두 손은 도움이 간절한 이에게 착한 손이 되고 머리는 냉철한 이성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가슴은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따뜻한 마음을 지녀라 즐겁고 행복한 중에도 힘들고 외롭다고 느낄 땐너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사람에게감사하는 마음으로 다가서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만으로도 전해지는한 편의 시처럼 향기로운 네가 되어라  무엇을 하든 선택하고 결정하기 이전에 세 번 이상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자신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네가 만든 무대에서 즐겁.. 2013. 8. 2.
장마 2 - 희야 이희숙 오랜만에 듣는 그대의 잔소리는 정겹기도 하지만하루가 멀다고 퍼부어대는 바람에 지겹기도 하오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독재자처럼 구는 그대의 행동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소제발 갑인 그대가 못 이기는 척 그만두오이러다 정말 그대의 깊이를 알지 못한 채 멀어질까 두렵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그리움으로 다가서고 싶다는 그대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오지금도 같은 마음이라면아니 온 듯 조용히 지나가 주오  2013년 07월 - 喜也 李姬淑 2013.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