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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252

진실로 그대를 사랑함은 - 이희숙 진실로 그대를 사랑함은 나를 하나씩 버리는 일임을 비워진 자리에 그대를 차곡차곡 채우는 일임을 매일 아침 동으로 난 창문을 열고 매일 저녁 북으로 난 창문을 닫는 일임을 기다림부터 배워야 하는 이력마저도 고마운 일임을 그리하여 고통마저도 차마 버릴 수 없는 사랑이라는 걸 온몸으로 받아.. 2009. 7. 7.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부제- 금지된 사랑) - 이희숙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말은 애당초 허락되지 않는 금기어였는지 모른다고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말도 영영 비켜가도 좋을 사치였는지 모른다고 그러나 사랑하는 동안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사랑이라는 말을 밥 말아먹듯 술술 잘도 넘겼습니다 내내.. 2009. 5. 30.
추억은 애당초 그런 것 - 이희숙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거대한 대륙이 몰려와요 바람 한 점 없었는데 예보에도 없던 갈기까지추억은 애당초 그런 거라고 농담으로라도 말해 주는 이 있었다면 길 위에서 만난 저들 중 누가 이토록 나의 이름을 저리도록 부르는지 왈칵 꽃송이 피워 부름에 답했을 텐데 어쩌랴흐린 기억에밀려오는 풍경을 쓸려가는 이름을 끝끝내 외면하지도 붙잡지도 못하는걸  갈기: 물거품을 일으키며 세차게 맴돌아 오르는 물마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물마루: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멀리 보이는 수평선의 두두룩한 부분 2009년 5월 - 姬也 李姬淑 2009. 5. 22.
이팝나무 - 이희숙 이팝나무 달빛이 집짓고 바람이 뼈를 묻는 시간 이팝나무가 수상하다 때 아닌 윤사월에 이토록 많은 눈 저토록 황홀한 별들 기별도 없이 거리도 없이 내리고 돋아나고 2008년 - 喜也 李姬淑 2009. 4. 22.
희망사항 - 이희숙 희망사항 막무가내로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온다는 약속도 없이 위험한 일이다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어주는 건 지구 몇 바퀴를 돌고 돌았는지 모른다 망설이는 순간에도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거나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꿈이거나 있잖아 어제 말이야... 허물없는 친구였으면 이름만 불러도 왈칵 눈물.. 2009. 4. 9.
바람결에 감추고 꽃잎에 묻어두고 - 이희숙 저만치서 손 흔드는 이 내 마음을 훔쳐 간 그대네요느닷없이 발그레해진 얼굴 누군가에게 들켜도 나는 몰라요 약속이나 한 듯 달려오는 이 달뜬 마음 물들인 그대네요삽시간에 달구어진 마음 더는 참을 수 없어요숨길 수 없는 마음 그대에게 들켜도 나는 몰라요 무작정 왈칵 보고파지면 하던 일 멈추고 그대에게 전화를 걸겠어요 떨리는 목소리는 바람결에 감추고 입맞춤하고픈 입술은 꽃잎에 묻어두고  2009년 3월 - 喜也 李姬淑2024년 8월 부분 수정 2009.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