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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우는 일이 - 이희숙 너를 지우는 일이 아침이면 눈 뜨고 밥 먹고 창문을 여는 일처럼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습관처럼 찻물을 끓이고 즐겨듣는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화장을 지우는 일처럼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억의 뒤축에 추억이 넘나들어도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프지 않았으면 .. 2010. 11. 13.
가을이 다하기 전에 - 이희숙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셨던 사랑도 생각만으로도 안타까운 이별도 늘 한 뼘 사이에 있었음을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한다 해도 가을이 다하기 전에 더 깊이 사랑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더 많이 용서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더 오래 기다려주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허락 없이 미워했.. 2010. 11. 6.
깊고 낮은 읊조림(일백 스물여덟) - 이희숙 설명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고 단절에서 오는 거리감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그냥이라는 말은 때론 누군가의 수천 수백마디보다 더 강렬하다 오늘은 어쩐지 자꾸만 공존의 저쪽 어딘가에서 속삭이는 그냥 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간절함을 만나고 싶다 그냥 걸었어... 그냥 생각났어... 그냥 왔어... 그냥.... 2010. 11. 3.
고요하게 참으로 느리게 - 이희숙 늘 청춘일 줄 알았던 이름들이여 너를 적시고 나를 물들이는 저 알록달록한 웃음을 아직은 이라든가 여전히 라는 말로 위로 하지 않아도 기억의 모퉁이를 돌면 추억이 바람처럼 들락거리고 추억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동안에는 고요하게 참으로 느리게 저물게 하소서 2010년 10월 - .. 2010. 11. 1.
늘 사랑일 줄 알았던 이름들이여 얼마나 또 - 이희숙 늘 사랑일 줄 알았던 이름들이여 어설프다는 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피워보지도 못하고 한순간 고개 숙인 꽃과 같이 서툴다는 건 또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멀어짐과 같이 저물어간다는 건 얼마나 또 쓸쓸한 일인가 예고도 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2010년 10월 - 喜也 李姬淑 2010. 11. 1.
가을을 만나고 오다 점심시간 무렵, 휴대폰이 울린다. 남편이다. “경산에 일이 있어 가는데 갈래? 점심도 먹고...” 그렇게 따라 나섰는데 영남대학교에 들렀다. 남편이 일을 보는 사이 교정을 거닐었다. 삼삼오오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청춘들과 연인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보니 지나간 이십대가 새삼 그리워졌다. 지금은 .. 2010. 10. 21.